한번 잘못 든 습관은 고치기 정말 어렵다. 하지만 고친다.
내가 독수리 타자가 된 이유
초등학교 때 방과 후로 ITQ 같은 컴퓨터 자격증을 따는 게 흔했다. 한글 문서를 빨리 치는 게 시험에 유리했고, 문제를 먼저 푼 친구들은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 타자를 배울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인내심이란 없었고, 최대한 어떻게든 타자를 빨리 치려고 하다 보니 독수리 타자가 되었다. 학교 컴퓨터 수업 시간에도 갈색 바탕의 한컴 타자 프로그램을 연습하게 한 후 먼저 000타 이상이 나오거나 잘하는 애들은 다 게임을 하게 해 줬는데, 역시 나는 그 컴퓨터실에 있는 산타게임이 너무 재밌었다(산타가 돌아다니며 선물을 먹는 게임이었는데 정말 재밌었다). 사실 독수리 타자도 본인이 언급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대부분 모른다. 열손가락 다 올려놓고 빠르게 치기 때문에 몇 손가락을 사용하는지 엄청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모른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마음 한켠에는 '아 이거 나중에 고쳐야 하는데' 생각은 있었지만 게임하고 싶은 마음에 잘하는 척, 빠른 척 뽐내고 게임했다.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타자 잘 치는 척, 스스로는 어느 정도 이렇게도 빠르게 치니까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고치지 않았다. 실제로 일상에서 문서 작성을 할 때 속도가 그렇게 느리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남에게 들키기는 싫었다. 몇 번 한컴을 켜고 어렸을 때 못했던 연습을 차근히 해보려고 했지만 다른 걸 제쳐두고 가만히 그것부터 하자니 크게 고쳐야 한다는 동기가 없다 보니 금방 그만하고 말았다.
열 손가락 모두 치는 타자로 고치려고 한 계기와 결과
내 인생에서 코딩, 개발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다가 처음 접하고 20대 중반에 개발자를 꿈꾸게 됐다. 그러면서 다른 훌륭한 개발자분들 책, 인터뷰도 찾아보게 되었는데 조코딩님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교수직과 최상위 연봉 개발자 퇴사 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와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되는 방법 영상을 보게 되었고 거기서 홍정모님을 알게 됐다. 인터뷰를 보고 더 찾아보니 개인 유튜브도 있어 영상을 봤는데 거기서 개발자의 타자 얘기를 듣고 '뭐지?' 했다.
내가 타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 준 영상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면 이거 한가지만 하세요!
대학 강의를 하시던 시절 첫 시간에 열 손가락을 이용해 타자 연습을 하는 것부터 가르치셨다는데 그 당시에 내 생각으로는 컴공 들어가서 신입생 때 타자 연습 시키면 '대학에서 왜 이런 걸 시키나 잘하는 사람들은 현타 왔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타자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가 없었다. 일단 내가 거기에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고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멋진 개발 배우고 싶은데 지루한 타자 연습부터 하라고 하니 스스로 '타자 잘 못 쳐도 개발자로 일하는 사람들 있는데?' 했다. 하지만 컴공 교수님이, 실리콘 밸리에서 일해본 개발자님이 타자가 중요하다는 소리를 하니 그 무게감이 있었고 몇 달 계속 '고쳐야 되나? 중요해?' 생각이 났다.
그렇게 거부감의 기간이 끝나고 어느 날 타자 연습을 해야겠다고 나도 모르게 마음을 먹게 되었고 여러 타자 사이트를 찾아봤다. 그중에서 정말 좋은 사이트를 발견해서 지금까지 잘 연습하고 있다. 처음 타자 연습을 했을 때는 정말 놀랐다. 교수님이 무슨 타자를 어떤 손가락으로 치는지가 중요하다, 다 두뇌와 연결된다고 했을 때 그렇게까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실제로 타자 연습을 해보니 원래 습관화된 타자가 아니라 안 쓰던 손가락들을 의도적으로 쓰니 머리가 너무 아팠다. 정말 공부 많이 해서 머리가 아플 때처럼 머리가 아팠다. 그렇게 처음 연습할 때는 크게 달라지는 점을 느끼지 못하다가 몇 주 열심히 연습하고 쉬다가 또 하고 그랬다. 어느 날 타자를 치는데 내 왼손 타자가 완전히 자연스럽게 모든 키를 다른 손가락으로 외우며 치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오른손은 완벽히 고쳐지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타자를 치는 걸 느끼니 확실히 속도 개선과 더 정확하게 타자를 칠 수 있게 되었다.
타자 연습 사이트 추천
🌟 https://www.typingclub.com/sportal/
사실 처음에 내가 이렇게까지 타자의 중요성에 거부감을 가진 이유는 주변에서 타자 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별로 듣지 못했고 그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이 별로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타자를 배울 때도 '그냥 따라 쳐'였지 제대로 된 교육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 두뇌 회전에 좋다고 주산을 배웠던 것처럼 타자도 두뇌 회전에 좋다고 들었다면 더 연습했을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개발 시작할 때 세팅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잘 세팅해 놓으면 나중에 시간이 더 절약되는 것처럼 처음 Tool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이 사이트를 통해 처음 원래 기본키에 표시가 있었고(j, f에 표시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었다), 대문자를 누를 때 Shift는 반대 손으로 누르는 것, 키보드의 역사 등 차근히 정말 '타자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사이트는 처음에 기준이 높아 계속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해 지속하기가 힘들었는데 이 사이트는 정말 못 쳐도 점수를 후하게 주고 넘어갈 수 있게 해 줘 포기 장벽이 낮다. 중간중간 동영상이 나오는데 이것도 정말 유익하고 어떤 건 정말 명상, 힐링 영상이다. UI도 깔끔하고 손가락 위치가 보이는 화면도 끄고 킬 수 있다. 이 타자 교육 사이트 만드신 분은 정말 복 받았으면 좋겠다! 너무 감사하다. 중간에 유료 단계가 나오지만 그냥 넘어가면 대부분 무료이다. 현재 22% 정도 진행했어도 많은 부분이 고쳐졌다. 컴퓨터를 앞으로 항상 쓰는 일이 많을 텐데 잘못된 습관의 타자로 쓰면 그 습관이 굳혀지는 거지만 제대로 고쳐놓고 쓰면 다 숙달이 되는 과정이라 좋다. 자전거 타는 법을 한번 배우면 까먹지 않는 것처럼 타자 연습이 한번 제대로 되면 몸이 까먹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좋다. (산타 게임이 너무 재밌었던 어린 시절 제대로 배웠더라면)
+ 한글 타자 연습을 하고 싶다면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된 https://www.hancomtyping.com/ 한컴 타자를 추천한다. 개발자라면 영타를 먼저 연습하는 걸 추천한다.
+ 나는 노트북 거치대를 쓰면서 키보드를 따로 쓰게 되었는데 맥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플 키보드를 찾게 되었다. 처음에 이걸로 타자 연습할 때는 너무 누르는 느낌이 덜하기도 하고 작아서 답답했던 점이 많았다. 이점에서는 좀 더 타자감이 있는 키보드들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비교해 써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현재는 적응할수록 덜 불편하고 가볍고 심플한 키보드라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시끄럽지 않은 키보드를 원했기 때문에 다른 기계식 키보드가 탐날 때도 있지만 일단 구경만 한다. 위 typingclub 홈페이지에서 타자 연습할 때 나는 타닥 소리는 너무 좋다.
마무리
예전부터 독수리 타자인 분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낀 이 경험에 대해 적고 싶었다. 실제로 다섯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 타자를 치는 사람들의 수는 적을 것 같다. 결론은 처음에 습관을 고치기는 너무 어렵지만 재밌는 사이트와 함께 일단 해보다 보면 고쳐진다! 중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면 두뇌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해 보자.
'기타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지] Velog로 블로그 이전중 🚚 (0) | 2024.04.21 |
---|---|
내 블로그가 구글 검색이 안될 때 😶🌫️ (0) | 2023.06.07 |
내돈내산 패스트캠퍼스 이용 후기.. (feat: 사용자 경험) (0) | 2022.12.20 |